이야기할 친구가 없다. 따라서 정서적 교감행사가 없다. 하지만 외물과 물리적 교감은 가능하며 외물로부터 오는 느낌은 정서적인 교감으로 치환된다. 밖으로 나간다. 날이 많이 더운데, 오늘은 휴일이고, 땀을 좀 흘릴 작정으로 나왔다. 집에 에어컨을 22도쯤으로 맞추고 나간다. 문득 어제 보았던 섭씨의 기원이 셀시우스씨를 한자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문을 나서려다 멈칫한다. 땀을 흘리는 것을 불쾌해해서는 좋은 산책이 되지 못할 것 같은 날씨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겠다. 2번 정도 집에서 입다가 어제 세탁물통에 던져놓은, 스포츠 반팔티를 들어 냄새를 맡아본다. 누굴 만날 것도 아니고, 일단 빨아야되서 세탁물통에 넣은게 아니라 빨때가 되서 세탁물통에 넣은 티셔츠이므로 입고 나가서 ..
내일 면접이다. 1시, 호두는 잠들지 못한다. 그는 스마트폰 속 인터넷을 손으로 훑는다. 잠이 오지 않아 딱히 괴로운 것은 아니다. 계약직 면접이라고 자책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고뇌하는 척 한다. 잠들 사람의 자세가 안되어있다. 고시공부 8년, 호두는 이제 실패가 괴롭지 않고, 살아나가는 게 괴롭다. 호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서 스마트폰 화면은 바뀐다. 바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이 시간에 그에게만 전화를 한다. 통화버튼 위에 손가락을 띄운 채로 생각에 잠긴다. 통화버튼을 누르기 전 그는 잠들었다가 깬 것으로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타지에 계신 엄마의 잘 치워진 쓸쓸한 방에 생각이 이르자 전화를 받는다. “응… 엄마” “아들, 자다가 깼어? 엄마가 미안하네. 근데 몇 시쯤 됐지?” “1시 좀 넘..
넷플릭스에서 낙원의 밤을 보았다. 평론가라도 된 사람마냥 집중하면서 봤다. 스포가 있다. 누가 들어와서 읽을지도 모르니 1. 엄태구 남자가 들어도 목소리가 독특하고 멋지다. 그는 실제로 여성스러운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폭역인데도 처음부터 정이 간다. 캐릭터가 인간적인 레이어가 있는 조폭 역할이라서 신세계 생각이 났다. 찾아보니 왠 걸 감독과 관련있는 영화다. 무서운 대사를 하면서도 소심한 시골청년 느낌이 나서 좋았다. 만약 조폭의 감정일 때와 조폭 아닌 감정일 때 그러니까 좀 웃겨야 할 때 감정의 기어가 바뀌는 느낌이 났으면 별로였을 것이다. 그는 그렇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웃기고 등장인물에게 정이 간다. “너는 오늘 나랑 같이 죽는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에 그 대사가 없었으면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