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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된 일기장

느낌을 붙잡아두자.

선무당 2021. 7. 15. 17:47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 따라서 정서적 교감행사가 없다.
하지만 외물과 물리적 교감은 가능하며 외물로부터 오는 느낌은 정서적인 교감으로 치환된다.
밖으로 나간다.

날이 많이 더운데, 오늘은 휴일이고, 땀을 좀 흘릴 작정으로 나왔다.
집에 에어컨을 22도쯤으로 맞추고 나간다. 문득 어제 보았던 섭씨의 기원이 셀시우스씨를 한자화한 것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문을 나서려다 멈칫한다. 땀을 흘리는 것을 불쾌해해서는 좋은 산책이 되지 못할 것 같은 날씨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겠다. 2번 정도 집에서 입다가 어제 세탁물통에 던져놓은, 스포츠 반팔티를 들어 냄새를 맡아본다.
누굴 만날 것도 아니고, 일단 빨아야되서 세탁물통에 넣은게 아니라 빨때가 되서 세탁물통에 넣은 티셔츠이므로 입고 나가서 땀을 묻혀오기로 한다.

에어팟을 낀다. 강변으로 나갔고, 그늘 쪽으로만 걷는다. 햇볕을 직접 쬐지 않아도 2키로정도는 걸을만한 길이 집 앞에 있는건 축복이다.
멜라토닌으로 오늘 저녁은 잠이 잘 오길 빌어본다.
커피를 한 잔 사러 간다. 주인은 나를 알고 있으나 내가 사담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 항상 똑같은 아메리카노 샷추가를 굳이 다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주인은 짐짓 나를 기다리는 척 한다. 이미 내가 가게에 들어올 때 내가 뭘 시킬지 알고 포스기에 주문을 얹어놓았음을 나도 안다.
하지만 “항상 먹던 걸로 주세요.” 라고 하는 순간부터
나는 세탁물통에서 꺼낸 스포츠티셔츠를 입을 때면 그 가게에 가진 않을까 걱정하게 될 것이 싫다.
왜 도대체 일부 아저씨들은 어떤 가게의 단골인 것으로 가오다시를 잡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대학생 무렵 노가다로 돈을 모을 때 가오다시의 화신이었던 반장이 떠오르지만 그만 생각하기로 한다.

얼음까지 녹여 먹을 때쯤 집에 가리라 계획한다.
커피만 먹고 얼음은 남았지만 그냥 계획은 개나주고 집에 가기로 한다.
적당히 걸었다. 무산소를 안해도 걷는 행위도 중력에 저항하는 것이므로 근육 손실을 조금이나마 막아주리라 기대한다.
집 앞 쓰레기터에 잘 묶여진 쓰레기봉투가 보인다.
거기다가 얼음만 남은 컵을 우겨넣을까 가까이 간다.
분명히 이 위에 얹으면 바람에 의해 떨어지기 전에 나는 아파트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그 광경을 안 볼 자신이 있다.
하지만 얹지 않고 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남은 얼음에 집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로 자체 리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들어와서 글을 쓰려고 앉았다. 분명히 쓰고 싶은게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다음부턴 생각나면 녹음이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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