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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 김동률 콘서트, 티켓 예매에 성공했다.

4년 만의 콘서트, 하늘이 도와서 로얄석 예매에 성공했다. 6만명 중에 대략 1000명 안에 든 것 같다.

초심자의 행운이다. 인기 콘서트를 처음 예매해보는데 맨 앞 구역에 배정된 것은 행운이다.

 

2. 내 김동률의 시작은

나는 전람회 세대는 아니다. 처음 접한 그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에서 접한 샌님의 이미지. 내 최애곡은 아니었다. 그 노래가 나왔을 때 나는 염세주의에 빠진 학생에 불과했으므로 회상과 고민마저도 정제되어있는 그의 가사와 음악이 그냥 부질없이 느껴졌었다. 세상은 곧 망할텐데 뭘 말할까 말까를 고민할 것이며 내 마음 속에 요동치는 흑염룡을 그가 대변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여러 곡들에서 나온 그의 긍정적 위로들이 그냥 어줍잖게 느껴지는 뾰족한 나의 모습.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충격이었다. 2004년 발매된 '이제서야'. 나는 완전히 함락당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작곡가 군단과 편곡자들이 좋은 노래들을 쏟아내지만 결코 비슷한 노래조차도 만들 수 없으리라. SNS가 없던 시절, 김동률 홈페이지의 일기들을 정독하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고뇌와 스트레스, 그의 캐릭터, 세월들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오해했구나 사과하면서 그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좋은 헤드폰과 스피커를 청음하거나 구입하게 되면 일단 냅다 '이제서야'부터 튼다. 과장 조금 보태서 그 노래의 관악기 주자 얼굴을 알 것 같은 망상을 할 정도니 말 다했지.

 

4. 김동률의 음악에 대해서

그가 빚쟁이에게 쫓길 정도의 고통을 겪었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상처받은 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자아가 붕괴되었다가 일어난 예술가들의 음악이 주는 감동을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자아로 버티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떠나간 친구들, 세상에 대한 기대와 실망, 평범하지 않은 길, 거기서 오는 불안은 그가 바른 사회인으로서의 자아가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음악 만들고, 예능도 하지 않고 외딴 섬처럼 지내면서 제한된 인간관계에서 오는 쓸쓸함과 이것이 맞는 삶인가 자조하고 있다. 아마 음악을 안했으면 직장인 밴드를 열심히 하는 증권맨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회복할 때까지 틀어박혀 있다가 성숙한 사회인의 얼굴을 하고 되돌아온다.

 

5. 기대가 된다

과거에는 그가 조금 더 망가지길 바랬다. 그의 인생이 잘못되길 바랬다기보다는 너무 바른 음악을 하니까 헤어지는 노래도 뭔가 싱겁고, 표현도 정제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나의 편협한 관점이며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지 내가 왈가왈부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지 절을 바꾸려고 하다니. 나는 결국 바르게 살아남은 그의 노래를 들으러 갈 것이다. 사려깊고 섬세한 성격이라고 능히 짐작 가능한 그의 모습은 이제는 좀 감동적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남들과 다르면 자동적으로 고뇌를 하게 될 것이며 자기 확신과 긍정이 없으면 자아를 잃어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망가지지 않고 버텨준 그에게 지지를 보내주고 싶고, 완벽주의에 또 잠 못들고 콘서트를 준비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게다가 맨 앞에서 6번째인가 하는 자리인데 약 20년 전에 처음 들었던 그 목소리가 사람의 것이란 걸 확인하면 좋겠다. 내 시력은 0.1 정도이고 안경을 쓰지 않는데, 안경을 사던지 하나 맞추던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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