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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된 일기장

아름다운 구속

선무당 2023. 3. 18. 21:41

  어려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구속은 일신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고, 보통 내가 아는 구속은 수갑을 차는 것인데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니... 그래서 구속이라는 것의 함의를 탐구하길 포기했던 기억이 나고, 가사에서 구속을 언급하진 않으니까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나보다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휴일에 해야할 일들이 내게도 생겼어. 만약 그 노래가 요즘 나왔더라면 삶의 고단함과 허무함에 대해서 더 언급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당시에는 그냥 으레 누구나 겪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노랫말 정도로 다른 이들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그 의미가 좀 더 다르게 다가온다. 이제는 구속이 아름다울정도로 사랑의 연결됨이 좋나보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밭 부레옥잠같은 이정표없는 수많은 인생들 가운데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줄 어떤 타율이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되뇌이지 않아도 매일 경험하거나 금방 떠오를 정도로 내 삶과 가깝고 사소하지만 분명히 나를 다시 끌어올려줄 아름다운 관계 혹은 타율이 있는 것은 100년 남짓한 삶에 축복이 아닐까... 원래 인간의 삶은 의미를 쥐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니까.

  매번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는건 즐거운 일이지만 때로는 고단하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름다운 구속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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