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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삶은 고달픈가, 삶이 고달픈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키에르케고르는 일찍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사물은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 지금 나의 책상 위에 있는 리모컨, 키보드는 이미 기획을 거쳐 생산했기 때문에 그 목적이 정해진 채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사람은 목적없이 일단 태어나고 목적을 만들어낸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정답없는 그것 때문에 매순간 고통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 정말 명문이지 싶다.


  2000년대 초 논스톱은 정말 압도적인 시청률의 시트콤이었다. 지금처럼 케이블TV채널에서 많은 돈을 들여 퀄리티있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든 것도 아니고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여 내가 찾아서 소비하는 유투브 같은 서비스도 없을 때였으니 평일 7시 언저리에는 TV앞에 앉아서 논스톱을 기다렸다. 건강했던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나와서 만들어내는 시트콤 특유의 활기는 누가봐도 흐뭇했다.


 논스톱이 가장 잘 나갈 때 출연진


  이번 2018 뉴논스톱 동창회에 그 시절 배우들이 모였다. 출연료 회당 20만원씩을 받았던 새내기 조인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 중에 한 명이 되었고, 양동근은 세 아이의 아빠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중견배우가 되었다. 그 당시 장나라 신드롬을 일으켰던 뱀파이어미녀 장나라도 이제는 어리버리하지 않게 다큐에 등장한다. 양동근은 다큐에서 이야기한다. 그 당시 자신은 연기하는 로봇이었고 9살 때부터 하던 일과로써 캐릭터를 분석하고 열심히 연기하고 그것이 전부였고 전혀 즐거워하면서 연기한 것이 아니었다고... 박경림 말마따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연기를 너무 잘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시청자로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조인성 : "누나가 사람 하나 살린거야." 


  어린 시절의 꿈이었고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배우들은 이야기하면서도 살인적인 스케쥴 내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이미 톱스타가 되어버리면서 앞으로의 목표를 잃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까지. 물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기실 우울함과 친하기 마련이므로 어느정도 감안하더라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는 이것이다.

‘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고달픈가.'


 양동근의 그 시절 고민


 장나라 신드롬의 주인공, 장나라


  한 번 생각해보자. 자신들이 만들어낸 세계다. 이름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배우들 틈에서 한참 왕성할 20대 초반에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다. 심지어 조인성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단다. 다시 태어나서 이만큼 성장할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에 그렇다나... 아무튼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배우들인데 왜 그들의 논스톱에 대한 기억은 우울함으로 점철되는가. 실존도 있고, 본질도 찾았는데...


 홀로 마음고생한 그 시절 맏형 민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로 돌아가보면 '본질을 찾으면 행복해진다.'라는 확정은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신의 존재를 요청하지만 결국 공허한 것은 마찬가지다. 실존만 있고 본질없이 태어나서 괴로운 인간이 본질을 찾았으면 커다란 인생의 대과제를 해결한 것일텐데 왜 고통스러운가. 어느 스님의 말처럼 인생은 원래 고통이라고 해버리면 편하겠지만 뭔가 개운치는 않다.

  그들의 직업세계가 진정한 본질이 아닐 수 있다. 본질을 찾는 다는 것이 나의 쓰임을 찾는다는 것이라면 꼭 그것이 어떤 특정 직업을 가져야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도 생각해본다. 본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 본질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에는 대략 11,000개 정도 되는 직업이 있다고 한다. 평생 들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직업도 부지기수일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본 직업을 쫓는다. 분명히 특이한 직업도 누군가 가졌을텐데 도무지 볼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직업에 목숨거는 사람 많다. 경쟁자가 많으니까 일단 성취해야 한다. 죽을 힘을 다해서... 하지만 되고 보니 이거 나의 길 아니다싶은 사람들도 많이 생긴다. 그 후에 남은 공허함. 결국 본질은 직업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본질이라는 것은 쓰임새가 아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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